KIM KEETAE : Re-Enchantment

김기태의 회화는 우리가 잊고 있던 세계의 신비를 되찾는 과정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밤하늘을 가르는 불빛,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길, 바다 위에 내려앉은 번개 등 자연이 품고 있는 ‘측량 불가능한 힘’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번 전시 RE-ENCHANTMENT은 ‘탈마법화(Disenchantment)’된 현대 사회에서 예술이 어떻게 다시금 경이로운 순간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김기태는 합리성과 효율성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자연의 거대한 힘을 마주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이를 마치 실제 목격한 것처럼 극사실적인 회화로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그는 ‘미지의 예술가(The Unknown Artist)’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작품의 창작 주체를 모호하게 만들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린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다. 이는 관람자에게 ‘숭고(the Sublime)’를 경험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하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일깨운다. 김기태의 작품은 우리가 잃어버린 ‘마법’을 다시금 불러내고, 잊혀 가는 감각을 되살리는 작은 성소(聖所)와도 같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기태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마법이 사라진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신비와 감응의 순간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